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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자취생의 하루

자취 일상_<오늘의 자취방 손님, 내일의 룸메이트.>

by 휴 우 2017. 7. 12.
7월 10일 월요일,
고등학교 동창이자 과는 다르지만 같은 대학의 동기인 친구가 우리 집에서 자기로 한 날이었다.

이 친구로 말할 것 같으면,
‘사랑하는 별 하나’라는 게시글에서 출현했던
대학에 들어와 더 깊이 친해진 고등학교 동창.

언급한 바 있다,
지우고 싶지만 의식의 저변에 깊게 자리 잡아
인간을 대하는 내 사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초중고 학창시절이 있다고.

꽃처럼 아련히 간직하고 싶은 시기도 분명히 잠깐 있었지만...
교육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출석을 해야 했던 ‘학교’는
하루하루... 나의 자존감과 자신감, 희망적인 모든 감정을 도려내가는 도살장이었다.

아무튼 그런 시기,
고등학생 입학하고 영어 스피킹 클럽에서 처음 만난 그녀는
나를 둘러싼 사건들이 터지기 전에 좀 친해진 탓도 있지만
애당초 루머와 뒷담만을 듣고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 아이라서
‘친구’정도의 관계가 정립될 수 있었다.

이 친구는 주변 분위기를 따라 이리저리 흘러가는 사람이 아니라
나름 합리적이고 확고해 보이는 본인만의 기준으로 논리를 하고 행동을 펼치는 사람이다.
또래 중 꽤나 성숙한 편이라 생각했다.

우리는 표현방식이 조금 달랐다.
각자 이미 가지고 있는 인간관계와 오해로 얽혀
싸우고 멀어지고 화해하고를 반복하기도 자주 했다.

졸업을 하고, 학교라는 구속적인 틀이 벗겨진 상태에서 만난 우리는
같은 대학에 들어가 가까운 곳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상태였다.
좋다 나쁘다 정의하기 어려운 지난날에 대한 감정의 잔재가 남았지만
대입 초, 아는 얼굴의 반가움은 서로를 끌어당겼고,
우린 꽤나 잘 맞았다.

그렇게 다시  우리는 종종 함께
도서관이나 카페, 학습실에서 밤새 공부하다 야식을 먹기도 하고,
자신들의 자취방에 초대해 밥을 먹이고,
고민 듣고 조언하며 다독이고,
대운동장을 뛰며 운동하기도 하는

음, 뭐랄까.
고생 후 도착한 집의 '폭신한 소파와 시원한 맥주' 같은 존재가 되어갔다.
뭔지 알 것 같지.

과도 다른데다 휴학생과 재학생의 다른 생활 패턴으로 자주 만나지 못하지만
이번에도 방학이 되니 어김없이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만남을 잡는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우리 둘 다
대학생이라는 신분에 그림자처럼 드리워지는 알바에 얽혀 사는 관계로
예정되었던 만남보다 다소 많이 늦은 밤 10시가 되어서야 만날 수 있었다.

늦은 시각, 친구가 알바매장의 매니저분과 저녁을 먹은 뒤 만나는 터라 음식을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
친구 오면 간단히 수다의 안주로 군것질 거리나 같이 고르러 나가겠다 생각했던 차에
 미리 장학숙에서 말끔히 씻고 청초한 모습으로 우리 집에 찾아온 그녀의 손에 천도복숭아가 들려있다.
역시 넌 뭘 좀 아는구나.★

우리는 다음날 아침 5시 20분에 집을 나서야하는 알바가 있지만
그녀는 본인이 사겠다며 교촌치킨의 허니콤보를 먹지 않겠냐는 매력적인 제안을 한다.
뒷날의 걱정으로 마다해볼 의지는 딱 눈곱만큼만 있었기에 한 번 예의상 거절하고, 흥겹게 주문을 한다.

간단한 근황Talk부터 시작해 함께 꿈꾸었던 캐나다 워홀, 아일랜드 유학, 알바, 영화, 이성관 등등 바닥날 줄 모르는 이야기보따리를 풀며…….
언제나 그렇듯
매일 곁에 있었던 듯한 친숙함으로
질리도록 지쳐있던 서로의 일상에 조미료를 뿌려준다.

침대에 누워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 눈을 뜰 때마저
꺄르르 꺄르르 웃음이 끊이질 않았던 힐링 시간이었다.

그리고 7월 11일인 어제,
알바와 장학숙 휴관 문제로 이 친구는 14일부터 31일까지, 보름정도
나의 자취방 룸메이트가 되기로 했다.
내 자취방의 첫 룸메이트♥
둘 다 가까운 사람과는 함께 살지 않는다는 주의지만 (괜히 관계 틀어질까봐..)
불가피하게 던져진 이 작은 사건이 또 우리의 사고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지.

반복되며 시들어가는 일상.
불편할지 모르겠지만 예민한 나에겐 참 자극적인 소재.
조금은 생기를 줄 거란 설렘이 조마조마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