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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알바생의 시선

화상

by 휴 우 2017. 6. 24.

처음으로 본점에서 다른 알바 생들과 일하게 된 날.
당일 알바생 중
제품을 굽고 빼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던 탓이다.

완성된 제품을 트레이 랙에 넣고
작업실로 밀어 넣는 중에
한 알바생이 반대편에서
날 도와주려 트레이 랙을 당기려다가 벽에 부딪혀
내 쪽으로 살짝 튕겨져 밀리는 바람에
1시간동안 달아오르다 갓 나온 오븐 트레이가 내 팔에 부딪혔다.
순식간.
 
어안이 벙벙.
그 언니는 너무 미안해했고 얼음 팩을 만들어 가져다주기도 했다.

얼음찜질을 하다
일을 하다를 반복한다.

놀란 가슴이 내려앉으니
그제야 화끈거리는 상처가 눈에 들어온다.

혼자 일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
스믈스믈 오르는 화를 누르니
웃음만 나온다.

내가 토시를 제대로 차지 않은 탓이지.
크게 안 다쳐서 다행이다.

퇴근시간 다 되어갈 즈음,
언니가 건네준 화상연고.

팔 안쪽이 다쳤기에
옷에 쓸려 자꾸 지워진다.

사장님이 돌아오셨다.
토시를 잘 차지 않았냐고 걱정 어린 나무람을 주시는.
그러자 언니가 본인이 화상연고 사다줬다고 말씀드린다.
뭐지? 기분이 묘하다.

어떤 한 문장 빠짐으로
한 문맥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걸
제대로 배웠다.

음... ㅋ 내가 과민 반응한 거겠지.
난 바보다.
그냥 웃었다, 실없이.
달라질 건 없다.

날이 바뀌었다.
앉아있는데 옆구리가 축축하다.
진물이 흐르고 있었다.

일단은 남자친구가 사준 약 붙이고 다니다가

(한 장짜리가 8처넌...

 걍 테이프 같이 생겨서는 5처넌...ㅠ)



며칠 후에 병원에 갔다.

한 시간 넘게 기다릴 줄 몰랐는데.
토익 한 시간을 빠지게 되었다.

진료와 치료까지 5분 정도 걸린 듯.
진료비는 16,800원

진료비와 약값의 합은 대략 5시간 일해야 버는 돈.

병원은 또 가야한다.
깊게 패인 부분은 흉으로 남을 거라고 한다.

뭐하는 거지?
돈 벌겠다고 투자한 시간과 체력은
고통과 유쾌하지 않은 지출로 돌아왔다.

으이그, 이 등신, 화상아.

(위 사진 출처는 '종이우산의 앙냥냥 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