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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알바생의 시선

니가 무슨 내 애인이니.

by 휴 우 2017. 6. 15.
밤 12시 10분을 넘긴 시각.

학교 차량 정산소 마감을 마치고 나가려고 문을 여는데 콩!!!
이건 뭐지? 순간 오싹.

정말 작디 작은 새끼고양이가
후다닥,
문에 안 부딪힌 척, 요염하게 걸어나와 “냐아옹~”
너도 '무안'을 아니?, 난 진짜 잘아는데ㅎ...

뭐야, 이렇게 귀여울 수 있는거야?
나 동물 원래 무서워 한다구 ㅠㅜ

절대 쓰다듬어주지는 못하구, 
대신 정산가방을 안고,
오늘 알바의 마침표를 찍으러 신정문으로 간다.

나의 급작스런 문짝공격에 당한 머리가 꽤나 아팠을텐데

요 조그만 아가가

어두운 밤,

외로운 퇴근길에 든든한 동행자가 되어준다.
 

빨리 걸으면 뒤에서 뛰어오고,
멈추면 내 발을 감고 돌고,
걸을 때도 내 왼발과 오른발 사이를 파고드려 애를 쓴다.

요 조그만 것이

꽤나 어둡고, 약간의 비 냄새도 코끝을 스치는 우울한 밤,
너 하나 있다고 위로가 되는 그런 밤.
저에게 버겁더라도 내 걸음에 폴레폴레 맞춰주는
이 조그만 것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는 밤.

나도 못 먹은 저녁, ‘집 가서 맥주 한 잔’이 간절한 이 시점에
너 줄 것 없어 아쉬운 데

내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좋~다고 계속 내 다리에
그 사랑스러운 볼을 부비어대는
요 조그만 녀석.



떼어내기가 왜 이리 힘든지.
그 여린 것
길에 남겨두고 오기 쉽지 않다.


혼자가 아닌 퇴근길은 오랜만이다.

먼저 사랑스럽게 다가와줘서 설렌다.


훈훈한 여운은
오늘 하루를 찬찬히 돌이켜 볼 여유를
안겨주었다.

어쩌면 사람보다 나은 것도 같다.

이래서 애완동물을 키우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