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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자취생의 하루

일기 끄적_ <2017. 3. 29. 수요일>

by 휴 우 2017. 3. 30.
‘나는 3학년을 1학기를 앞두고, 무엇보다 쉬고 싶어 휴학한 학생이다.’
띵띵 부은 얼굴로 화장도 거의 못한 채, 눈에 보이는 옷을 집어 입고 카페 오픈 알바로 뛰어갔다.
내내 멀쩡하다가 알바 갈 때 즈음만 되면 왜 이리 졸린지 모르겠다.ㅠㅠ
대학교 1학년 여름부터 오늘까지 반복되는 이 공간에서의 시간들이 대학교 입학하고 깨어있는 상태로 내 자취방에 있는 시간 이상으로 많아서인지, ‘일’이라기 보다 ‘일상’인 듯.
아침에 일어나 사과를 갈아 마시는 것 같은 당연함.
좋은 건가.

대충 오픈 준비가 다 되기도 전에 손님들이 입장하기 시작했다. 망했다.
우리 카페는 평일 12시부터 15시까지 ‘타임세일’을 한다.
반값도 아니고 거의 1/3 가격에 판매하기에, 손님들이 물밀 듯이 밀려온다.
 행주 삶아 빠는 것으로 오픈 마무리 하고, 주문 받고, 음료 만들고, 중간에 휘핑이나 재료 떨어지면 만들어 채우고, 반납된 쟁반·홀 정리하고 정신없다.

전북대 구정문 거리부터 우리 카페 내부로 이어지는 골목 입구에
사람들이 우두두두 한 무리.
우두두두 둘 셋 넷 다섯 여섯.. 무리 혼자 카운터에 서서 그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한숨이 호흡처럼 나온다.
어느새 음료가 나왔음을 알리는 진동벨 9개는 사라지고 (10개 중 하나는 내가 잃어버림. 데헷)
분명 15분이든지 10분이든지 시간이 걸리는데 괜찮냐 미리 여쭤보면 괜찮다고 계산하고서 5분지나 언제 나오냐고 자꾸 재촉하는 손님들이 종종 있다.

오랜만에 내 얼굴 보겠다고 찾아온 친구들은 주문 조차 못하고,
 도와줘보려 내 주위를 머물다 쟁반닦는 것을 거들다가
점심을 먹었을리 없는 나에게 내가 좋아하는 타르트 두 개와 샌드위치를 투척하고 위로의 말을 남기며 사라졌다.
얼굴만 봐도 힘이 나는 애들인데, 하는 짓이 어찌나 이쁜지 모르겠다.


정신없는 와중에 새로 들어와 한달째 교육중인 알바오빠의 마감 하자의 흔적들이
쏙쏙 눈에 박힌다. 하루도 빠짐없이 마감 중의 실수로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가는 오빠는 내가 퇴근하고 한시간 뒤 출근이라 직접 마주할 일이 없기에,
알바 바톤 터치하는 (교육 시키는) 오빠한테 하루가 멀다하고 이것저것 말했건만 아직도...
어쩜 녹차 파우더와 민트초코 파우더 조차 구분을 못할 수 있는거지? 녹차라떼 만들려는데 민트초코 파우더가 섞인 통을 보고 경악. 초코 칩을 보고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도저히 못참겠다. 타임세일 끝나고 단톡방 만들어 뭐라했다. 이제 좀 풀리네. (나중에 어떻게 자신이 고쳐야 하냐며 갠톡이 왔다. 이제껏 뭘 들은 걸까. 사람 지치게 하는데 재주 있으심.)


친구들이 사다 준 일용할 양식을 먹으며 속을 달래고 시럽, 휘핑크림, 아메리카노 얼음 만들고 레몬 썰고 오븐 설거지, 주방·홀 정리 등등 하니 퇴근할 6시가 다 되었다.
오늘은 진짜 공부 틈틈이 할거라며 토익책 두꺼운 거 들고 왔는데, 운동만 했다..

7시 50분까지 차량정산소 알바 가야해서 집밥 해서 먹기는 포기하고 ‘금암피순대’로!



보고 싶었던 사람을 앞에 앉혀두고
언제 먹어도 맛있는 ‘금암 피순대’의 피순대와 뼈다귀 탕을 시켜서 먹으니 씐남.
여긴 언제나 사람이 참 많다.

이제 다시 알바..
답답한 정산소의 창을 열 수 있을 만큼 날이 좀 풀려서 다행이다.
무난무난하게 알바를 마무리 지어가는 데 가히 어둠의 힘이란...
지나가던 두 남자가 창을 기웃기웃 쳐다보더니 “예쁘다 어쩐다 ” 얘기를 하고 지나가고. 음, 더 가까이 안오셔서 다행이네요.

정산 가방을 들고 신정문 차량 정산소로 걸어가는 길에 "그쪽이 맘에 든다. 어쩐다"는 남자의 말도 오랜만에 듣고.
나이 들었는지 작년만해도 무섭던 장면들이었는데 느낌이 묘하다. 누구부터 떠오르는게.
요즘 한창 살이 올라서 외모 침체기에 있었기에.. ㄸㄹㄹ
반사적으로 남자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이 있는 폰 배경화면을 보여주며 정중히 감사하다 거절하는데 폰은 보지도 않고
‘남자친구 군대는 갔다 왔는지’부터 묻기에 자랑스럽게 그렇다하니 아쉬워한다. 뭐지?;; 돌아섰다.
애초에 신정문 정산소 근처라 밝지 않았으면 줄행랑 쳤을지 모르겠지만

암튼, 덕분에 소중한 사람과 처음 만났던 어느날이 떠올랐기에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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