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 숨29

이상 ‘미쳤나봐. 아무것도 하기 싫어.’ 토익 공부를 시작한 지 딱 2주 마쳐가는 시점에서 이러고 있다. 나름 재밌게 공부하고 있던 요즘이었는데……. 작은 사건 하나로 멘붕. 그저께, 작년 1학기쯤까지나 친하게 지냈던 선배의 연락이 와서 밥이나 한 끼 했었다. 선배는 특유의 부심을 담아 나에게 작은 제안을 했다.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배울 것도 많은 활동이라 반응했다. 나의 고민 중에,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 선배의 한마디로 나의 참여가 확정되다 시피 전달되었기에. 좀 얼결이었지만 적을 것 없는 내 행적 목록에 뭐하나 추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자 싶었다. 불안한 마음,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목소리에 얇디얇은 귀는 팔랑거리다 못해 너덜너덜 해졌다. 다 하기 싫어지고 안한다 하자니 너무 무책임한 것 .. 2017. 6. 17.
영화 ‘노무현입니다’ 를 보았다. 핵심부터 말하자면 머리털 나고 본 영화 중에 가장 눈물나고 감동적이었다. 혼자 보러가길 권장. 나는 성격이 좀 별나다. 정치외교학과이지만 실제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다. 그 학문이나 이론, 철학은 재밌지만 정작 지금 일어나는 정치현장에는 NO관심 까막눈. 얕게 주워들은 게 전부. (부끄러울 일이다.) 마찬가지로 나는 영화(소설도!)를 안 좋아했다. 끝까지 본 드라마가 다섯 손가락에 꼽음. 내 삶, 하루하루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는데 남의 사, 특히 허구 그런 것들 보며 감정 낭비해야하나 싶다. 남 일에 동화가 잘 되어서 시끄러운 정치나 가슴 졸이는 영화 보는게 힘들었다. 요즘 많이 변했다. 영화 찾아보는 걸 보면. 잔잔한 감동의 영상이라는 지인의 말을 듣고, 비도 오고 이따 알바도 가는 꾸리꾸리한 날.. 2017. 6. 2.
이성선 <사랑하는 별 하나>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외로워 쳐다보면 눈 마주쳐 마음 비춰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세상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 가슴에 화안히 안기어 눈물짓듯 웃어주는 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마음 어두운 밤 깊을수록 우러러 쳐다보면 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 길을 비추어주는 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 -이성선 어린 시절, 학교와 동네라는 벗어나기 힘든 작은 틀 안에서의 삶은 항상 시끄러웠다. 가장 믿고 의지했던 인연들에게 자꾸 데이고, 얄궂은 우연들이 겹쳐 만들어진 상황은 좋아하는 일을 쉬이 하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마음이 너덜너덜 해지는 게 뭔지 .. 2017. 4. 19.
한 여름 밤의 꿈_1<도망간다!> 2017.01.14. 출국 당일. 느그정거리다 당일까지 짐을 완벽히 싸지 못했다. AM 8:00 기상. 부랴부랴 짐을 대충 싸고 나갈 채비를 했다. AM 10:50 호주에서 입을 옷을 맡겨 논 수선집과, 약국, 다이소(변환 어댑터 구매) 오빠 차 타고 날아다니며 짐 미션 클리어! 내가 집에서 짐을 마무리하는 동안 오빠가 맥날 1955버거 세트를 사왔다♥ PM 12:30 리무진 출발 시간 맞춰, 리무진에 캐리어도 실어주고 버스 떠날 때까지 인사해줘서, 후아후아ㅠㅠ 얼마나 감동이었는지. 내 자리는 맨 뒷자석 중에서도 가장 구석. 같은 뒷자석에 앉으신 분들이 ‘크런키’ 건네주셔서 급 친해졌다. 한 가족이 따님의 호주 워홀을 배웅 해주시는 길인 듯 했다. 시드니행 비행기라고! ( 언니를 비행기에서 마주침! 그래.. 2017. 4. 11.
욕심, 지금 시계바늘은 새벽 5시를 이미 지나쳤다. 잠이 오지 않는다. 오로지 병원만을 갔다 오기 위해 몸을 실은 고속버스에서 많이 잔 탓일까. 욕심과 강박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습관이 값을 치르기 시작한 요즘, 자꾸 밀려오는 속상함. 내 삶에 스치는 다소 자극적인 향기가 내 곁에 머물 때마다 곧잘 취했던 나는 눈이 멀어, 코 앞 조차 보지 못한 채 무작정 발밑으로 구덩이를 파내려갔다. 앞으로 걸어가다 넘어질까 두려웠고, 지나온 날을 돌아보는 것 자체가 외상 같았다. 고개를 들기 부끄러워 숙인 나는, 내가 태어난 땅만을 미워하면서 그 깊숙이 파고 들었다. 그 아무 성과 없는 삽질은 반복되는 일상 가치없는 행위들에 ‘집착’을 심어주었다. 앞뒤를 마주하지 않으려는 도피가 만들어낸 괴이한 행위. 날이 갈수록 나를 둘.. 2017. 3. 22.
비밀 가슴이 헐어 염증이 난다. 만성이다. 이 예민한 방어적 반응에 어설픈 위로로 긁어대면 상처는 곪아 터질 지경. 아파서 상대를 치고 싶다. 긁지 말라고. 머리 끝 차오른 화에 데여 온 몸의 감각으로 뻗어 내려온 말초신경은 축 쳐져서 누군가의 한 글자, 자그만 까딱임, 가는 숨소리까지 더듬으려 들기에. 그런 이가 내뱉는 이야기들이 듣는 사람이라고 편할 리 없다. 생각이 있는 사람을 앉혀놓고 그저 들어주기만을 바라는 것도 웃길 짓이지. 간절히 누군가의 위로를 듣고 싶은 게 아니라면, 해결이 그저 막막하다면, 입 다물고 있는 게 답인 것 같다. 나도 좋고 너도 좋고. 어찌 보면 정말 별 게 아닌 그래서 더 말 할 수 없는. 오늘도 이렇게 하나 배운다. 2017. 2. 24.
한 겨울 밤의 꿈_0 < 돌아온 일상 > 2017.01.14.~2017.02.04. 전북대학교 CK사업단에서 진행하는 선진 공여국 프로그램을 이용해 호주 퀸즐랜드 주 브리즈번에 있는 'University of Queensland'의 학생으로 3주간 살아보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그 곳에서 지내면서 일기마냥 블로그에 쓰려고 했는데 쉽지 않더구나. 나는 새까만 밤에 새하얀 눈이 내리고, 붕어빵이나 풀빵·호떡·군밤 냄새가 달달하게 풍기는 거리와 뜨뜻한 커피와 차를 손에 쥐고 마시며 노곤노곤함을 느끼는 겨울의 낭만을 참 좋아하지만, 낭만을 온전히 느끼기에는 추위를 심각하게 많이 타서 밖에 돌아다니기라도 하는 날이면 심적으로 이미 초죽음 상태이다. 추위를 유난히 많이 타기 시작한 고등학생 때, ‘대학생이 되면 겨울에 무조건 따뜻한 나라로 도망갈 거’라.. 2017. 2. 12.
나더러 자꾸 어른이 되라고 한다, 매순간 맞이하는 일련의 사건들이. 실감한다.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나의 생각과 행동, 표정, 손짓이 너무 어리다는 것을. 머리와 가슴에 쥐가 난다. 너무 저려서, 모든 걸 멈추고 축 쳐져서는 쥐가 풀리기를 기다리는데. 풀린다 싶으면 다시 쥐가 나기를 반복하니 만약, 내가 되어야 하는 어른이 현명하고 항상 옳은 무언가를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이 저릿함을 그나마 덜 느끼거나, 합리화 하고, 이 저릿함에 익숙한 사람이 되는 거라면, 그 ‘어른’이라는 것이, 지금 아픈 내게는 참 가치 없어 보여서……. 멍하니 쥐나 풀리라고, 먼곳을 응시하다 그저 웃는거지 뭐. 2016. 12. 30.
의미 부여 ​ 기말고사 시험을 일주일도 채 남기지 않은 어느 수요일이었다. 친구들과 도서관을 향하는데 요아이가 대뜸 내 손아귀에 떨어졌다. 떨어지는 낙엽을 잡으면 첫사랑이 이뤄진다 했던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단풍 낙엽은 아니지만, 발표·과제·시험의 찌든 압박에 축쳐져 있던 신경이 조마조마 설레온다.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많은 사람들, 그 중 특정한 한 사람만이 나의 마음에 가득히 머무른다는 것. 그부터 기적인 것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그 움직였던 마음을 내게 붙잡아 놓는 것만큼 까다로운 일도 없지. 씁쓸한 얼마 전의 여러 이별과 막막한 얼마 후의 평가로 초점 잃은 내 시야를 무시한 채 사뿐히 내 손에 내려앉은 작은 위로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그 위로를 움켜쥐며, 괜히, 뜬금없는 희.. 2016. 1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