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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숨/문득

의미 부여

by 휴 우 2016. 12. 25.


기말고사 시험을 일주일도 채 남기지 않은 어느 수요일이었다.
친구들과 도서관을 향하는데 요아이가 대뜸 내 손아귀에 떨어졌다.
떨어지는 낙엽을 잡으면 첫사랑이 이뤄진다 했던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단풍 낙엽은 아니지만, 발표·과제·시험의 찌든 압박에 축쳐져 있던 신경이 조마조마 설레온다.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많은 사람들, 그 중 특정한 한 사람만이 나의 마음에 가득히 머무른다는 것.
그부터 기적인 것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그 움직였던 마음을 내게 붙잡아 놓는 것만큼 까다로운 일도 없지.

씁쓸한 얼마 전의 여러 이별과 막막한 얼마 후의 평가로 초점 잃은 내 시야를 무시한 채
사뿐히 내 손에 내려앉은 작은 위로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그 위로를 움켜쥐며, 괜히, 뜬금없는 희망사항을 빌어 본다.


시험이 끝나고 아쉬운 마음을 담아둔 채, 처음으로 대학에서 가장 친한 친구들끼리 담양에 펜션을 잡고, 비와 우박의 악천후 속에서 사진까지 찍으며 신나게 놀고 돌아왔다.
궂은 날씨와 교통체증으로 버스 도착 시간이 지연되어 너무 피곤했던 찰나, 택시, 버스 타기를 모두 포기하고 집으로 입성! 집은 정말 따뜻했다.
그러나 선진공여국 특강을 듣고 급하게 짐을 싸서 나가느라 난장판이 된 자취방에 들어오니 싱숭생숭.


하늘하늘 조그마한 위로가 내 손에 머물렀던 그 날부터 오늘까지, 2주정도밖에 안되는 짧은 새에 나를 둘러싼 인연들과 사건들은 너무 다르고, 다르고, 다르게 스쳐갔지만.
나는 여전히 쉽게 피로를 느끼고, 나의 과실로, 나에게 다가온 위로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행복했던 담양에서의 여행이 집으로 돌아오자 피곤한 몸을 맘 편히 뉘이 수 없는 일상으로, 여전히 같은 고민이 반복되고, 또 다시 기적같은 위로를 갈망한다.

담양에서 찍은 사진들로 친구가 만들어준 콜라주..? ㅎㅎ
예쁘진 않지만 참 귀엽다 이런거 하는게 ㅋㅋ
트리에서 내가 젤 위에 있다는 점이 맘에 드는군.
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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