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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음식과 추억

여름나기_ <역전할머니 맥주 & Bar151>

by 휴 우 2017. 8. 7.

유난히도 푹푹 찌는 요즘이다.
이런 날은 그냥 에어컨이 틀어져있는 자취방이 최고다.

2017.08.05

전 날 밤 1시까지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와 대충 씻고 바로 잠을 청했지만
악몽과 가위눌림 콤보를 가격당하는 통에, 날 밝는 걸 보고서야 인형을 끌어안고 겨우 잠들었다.ㅜㅡ

7월 달 4박 5일간의 일본여행 빼고 매일 아침, 저녁으로 알바를 해서
후유증이라고 해야 하나.
부족한 잠을 채워야겠다며 알바 없을 때 눈 좀 붙이다 뜨면,
반사적으로 평소 알바시간 비슷한 때에 눈을 뜨고 “미친!!!” 이러면서 부랴부랴 나갈 채비를 한다.
불과 20분전에 침대에 누웠으면서 말이다.
어제 오늘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이것도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다.

모처럼 혼자 집에 있는 날,
가뜩이나 뭘 해도 우울하고 예민해질 때에 수면까지 포기했으니
기분전환이 필요하다.

얇은 이불은 세탁기에 돌리고
푹신한 이불, 발매트는 하나씩 발로 밟아 빨고
잘 지워지지 않았던 커피, 화장품 등 얼룩들이 있는 옷들을 꺼내 뜨거운 물과 과탄산소다로 완벽하게 제거한다. 진심 짜릿함.
옷장의 옷들도 전부 다 꺼내 털어 다시 개어 넣고
방바닥도 두 번씩 닦았다.
설거지 하고, 주방선반·책장 다 닦아가며 정리하니
시간이 훅 갔다.

휴, 제대로 스트레스 풀린다.

청소가 마무리 되어갈 즈음,
시내버스로 30-40분 거리인 (에어컨 없는) 본가에서
어무니표 감자탕과 잡채를 조공으로 챙겨
에어컨 풀타임 가동 가능한 자취방으로 피신 오신 막내 동생님 도착.
벌써 오후 4시인지라
감격스럽게 첫 끼를 음미하며 삼키고는
니가 원한다면 장기체류까지도 허하노라고 말해주었다.

사실 오늘은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는 날이다.
앞서 ‘두서없이 끄적’거린 글에서 언급했던
츤데레 형&서글서글 매력남 오빠!
거의 반 년 만에, 나의 연락 한 번으로 바로 날을 잡고 뭉치기로 했다.
한 명은 이번 달에 있는 로스쿨 시험, 한 명은 공무원 시험 준비로 조급한 마음일 걸 알기에 더 고맙다.

PM 9,
1차는 전북대 역전할머니맥주

얼린 컵에 담겨 나오는 맥주(3000) 맛이 깔끔하고 시원하다.
하지만 전주 1924 생맥(3000)이 카스지만 훨 부드럽고 맛있었다.

북대에서 비교한다면 난 엘베강이 좀더 입에 맞는 듯 하오.그래도 무더위로 치솟았던 불쾌지수가 싹 가시는 기분.

안주로 시킨 순살 치킨(6000)과 염통꼬치(5000)는 가격대비 웬만한 술집보다도 양이 좀 적은 편이다. 

하지만 둘 다 맛이 꽤나 괜찮다. 매끈하고 야들한 식감에 간이 적당하다.

게다가 맥주 마시느라 안주를 넣을 배가 없어 양은 문제가 되질 않는다.
항상 만석인 곳이라 시끌시끌하지만 그나마 구석 안쪽에 앉아서 서로의 이야기는 잘 들렸다.
여전한 기발한 입담의 두 남정네는 사람을 계속 웃게 만드는 재능 또한 여전했다.
그간의 우울한 감정을 씻어주기에 충분했다.
 
2차는 bar151

맥주로 배는 부풀 때까지 부풀었다. 그래서 우린 칵테일 바로 간다.
형아의 추천으로 박물관 맞은편에 위치한 bar151에 도착했다.

가격은 7000~12000원 정도였다.
형아는 기네스 생맥 마시고
난 롱아일랜드아이스티
오빠는 준벅 마셨던 것 같다.

여름에 어울리는 상큼하고 시원한 맛.
첨 와보는 곳인데 분위기도 좋고, 사장님이 정말 친절하고 유쾌하시다.

두 번째 잔이 애플모히또?!

상큼한 걸로 추천받았는데 민트향이 강한 걸 싫어한다고 하니 라임향 위주로 신경 써서 해주셨다. 완전 쌍큼함!

육포 서비스까지 주심!
단골 확정이오.

내가 한 잔 더 마셨다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ㄷㄷ
모두 상큼하니 맛있었단 것만 기억남.

내가 시킨 음료들이 다 도수가 센 편이라고는 들었지만 상큼해서 넘..ㅎㅎ
1차에서 서로 못 다한 이야기들을 마저 풀어내다가
이런저런 고민도 털고 조언도 듣고.
얍얍, 기운 충전이다.

정말 너무도 더운 여름, 또 다른 최고의 피서지였다. 핳ㅋㅋ
Bar151은 자주 가게 될 듯.
‘만남’ 자체로 하루를 기다림의 설렘으로 채워준 사람들과
그리웠던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어,
간만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시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