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74

욕심, 지금 시계바늘은 새벽 5시를 이미 지나쳤다. 잠이 오지 않는다. 오로지 병원만을 갔다 오기 위해 몸을 실은 고속버스에서 많이 잔 탓일까. 욕심과 강박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습관이 값을 치르기 시작한 요즘, 자꾸 밀려오는 속상함. 내 삶에 스치는 다소 자극적인 향기가 내 곁에 머물 때마다 곧잘 취했던 나는 눈이 멀어, 코 앞 조차 보지 못한 채 무작정 발밑으로 구덩이를 파내려갔다. 앞으로 걸어가다 넘어질까 두려웠고, 지나온 날을 돌아보는 것 자체가 외상 같았다. 고개를 들기 부끄러워 숙인 나는, 내가 태어난 땅만을 미워하면서 그 깊숙이 파고 들었다. 그 아무 성과 없는 삽질은 반복되는 일상 가치없는 행위들에 ‘집착’을 심어주었다. 앞뒤를 마주하지 않으려는 도피가 만들어낸 괴이한 행위. 날이 갈수록 나를 둘.. 2017. 3. 22.
비밀 가슴이 헐어 염증이 난다. 만성이다. 이 예민한 방어적 반응에 어설픈 위로로 긁어대면 상처는 곪아 터질 지경. 아파서 상대를 치고 싶다. 긁지 말라고. 머리 끝 차오른 화에 데여 온 몸의 감각으로 뻗어 내려온 말초신경은 축 쳐져서 누군가의 한 글자, 자그만 까딱임, 가는 숨소리까지 더듬으려 들기에. 그런 이가 내뱉는 이야기들이 듣는 사람이라고 편할 리 없다. 생각이 있는 사람을 앉혀놓고 그저 들어주기만을 바라는 것도 웃길 짓이지. 간절히 누군가의 위로를 듣고 싶은 게 아니라면, 해결이 그저 막막하다면, 입 다물고 있는 게 답인 것 같다. 나도 좋고 너도 좋고. 어찌 보면 정말 별 게 아닌 그래서 더 말 할 수 없는. 오늘도 이렇게 하나 배운다. 2017. 2. 24.
딸기빙수 만들다 보니까 문득. 딸기빙수 만들다 보니까 문득. 내가 은근히 딸기와 인연이 깊다. 태어난 곳은 논산, 딸기의 고장이지 음하하 지금 현 주소지는 완주 삼례, 여기도 딸기의 고장이지. 그리고...!!! 나는..!!!! 과일 중에 베리류를 가장 좋아한다.ㅋ 운명적이지 않니. (누구한테 묻니.) 첨에 중학교 2학년 2학기에 삼례에 있는 여자중학교로 전학을 갔는데 학기 초에 괜히 딸기는 삼례가 최고네 논산이 최고네 티격태격 했던 게 생각나네. 둘 다 맛있는데ㅋㅋ. 어렸다 어렸어~ 지금도 가끔 별거 아닌 거에 나도 모르게 토라지고_ 그거 찔끔 좀 힘들면, 힘들다고 막~ 징징대고_ 살 찌는 소리 들려도 맛난 거 입에 물면 그저 좋다고 실실대는 지금도_ 어느 방향으로 딱히 자랐다고 말하기 부끄럽소만. 요즘 딸기가 참 맛있는 걸 보니 겨.. 2017. 2. 12.
한 겨울 밤의 꿈_0 < 돌아온 일상 > 2017.01.14.~2017.02.04. 전북대학교 CK사업단에서 진행하는 선진 공여국 프로그램을 이용해 호주 퀸즐랜드 주 브리즈번에 있는 'University of Queensland'의 학생으로 3주간 살아보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그 곳에서 지내면서 일기마냥 블로그에 쓰려고 했는데 쉽지 않더구나. 나는 새까만 밤에 새하얀 눈이 내리고, 붕어빵이나 풀빵·호떡·군밤 냄새가 달달하게 풍기는 거리와 뜨뜻한 커피와 차를 손에 쥐고 마시며 노곤노곤함을 느끼는 겨울의 낭만을 참 좋아하지만, 낭만을 온전히 느끼기에는 추위를 심각하게 많이 타서 밖에 돌아다니기라도 하는 날이면 심적으로 이미 초죽음 상태이다. 추위를 유난히 많이 타기 시작한 고등학생 때, ‘대학생이 되면 겨울에 무조건 따뜻한 나라로 도망갈 거’라.. 2017. 2. 12.
[카페 알바] 카페 모카 어릴 적, 처음 카페에 갔을 때부터 지금의 카페알바를 시작하기 전까지 여느 카페를 가도 나는 항상 카페모카를 시켰다. 풍부한 크림, 초콜릿의 묵직하고 부드러운 달달함과 카카오 특유의 그 쌉싸름함, 쓴 듯 고소하고 신 듯 달콤한 원두의 조화에 매료되어 버렸었지. ​ 크림만 먼저 조금 떠먹다가 나머지 크림은 살짝만 저어서 커피위에 동동 뜨게하고 그 아이들을 커피랑 같이 호롭~! 마시면 ​ 크림을 살짝 머금은 입속에 스미는 모카♥ 에 입꼬리랑 눈꼬리가 하이파이브할 기세로 가까워진다. 끝에 나지막이 올라오는 카카오와 커피의 아련한 쓴맛이 반가운 신비로운 조합. 매번 마실 때마다 내 인생 또한 이처럼. 너무 달달하고 행복해서, 이따금씩 찾아오는 쓴 맛 조차 기꺼이 음미할 수 있는, 그런 삶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2017. 1. 9.
나더러 자꾸 어른이 되라고 한다, 매순간 맞이하는 일련의 사건들이. 실감한다.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나의 생각과 행동, 표정, 손짓이 너무 어리다는 것을. 머리와 가슴에 쥐가 난다. 너무 저려서, 모든 걸 멈추고 축 쳐져서는 쥐가 풀리기를 기다리는데. 풀린다 싶으면 다시 쥐가 나기를 반복하니 만약, 내가 되어야 하는 어른이 현명하고 항상 옳은 무언가를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이 저릿함을 그나마 덜 느끼거나, 합리화 하고, 이 저릿함에 익숙한 사람이 되는 거라면, 그 ‘어른’이라는 것이, 지금 아픈 내게는 참 가치 없어 보여서……. 멍하니 쥐나 풀리라고, 먼곳을 응시하다 그저 웃는거지 뭐. 2016. 12. 30.
의미 부여 ​ 기말고사 시험을 일주일도 채 남기지 않은 어느 수요일이었다. 친구들과 도서관을 향하는데 요아이가 대뜸 내 손아귀에 떨어졌다. 떨어지는 낙엽을 잡으면 첫사랑이 이뤄진다 했던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단풍 낙엽은 아니지만, 발표·과제·시험의 찌든 압박에 축쳐져 있던 신경이 조마조마 설레온다.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많은 사람들, 그 중 특정한 한 사람만이 나의 마음에 가득히 머무른다는 것. 그부터 기적인 것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그 움직였던 마음을 내게 붙잡아 놓는 것만큼 까다로운 일도 없지. 씁쓸한 얼마 전의 여러 이별과 막막한 얼마 후의 평가로 초점 잃은 내 시야를 무시한 채 사뿐히 내 손에 내려앉은 작은 위로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그 위로를 움켜쥐며, 괜히, 뜬금없는 희.. 2016. 12. 25.
두서없이 끄적끄적 일요일 알바 후 집에 돌아와 친구들과 일요일까지 올리기로 약속했던 비교정치 요약을 맡은 부분을 끝내고, 밤새 전공 과제를 해 월요일 아침에 제출을 했다. 교수님께서 평가해주시기 이전에 나부터가 마음에 썩 들지 않는다. 다음 주에 전공 시험이 월요일 하나, 화요일 둘, 목요일 하나, 그 다음 월요일 하나 따라라~ 있을 예정이다. 그래도 당장 제출해야했던 과제는 끝이 나서, 이제 시험 당일 제출해야할 과제만 남았는데, 조금도 후련하지 않다. 이번 학기는 전 학기보다는!!! 함들만한 굴직한 사건도 없었고, 여유를 갖겠다며 15학점만 들은 터라 전공과목들도 부담이 덜한 편이었으나... 학점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 없었다. 자잘한 일상 속 마음앓이가 생각보다 신경을 많이 갉아먹은 듯 하다. 전에 없이 잦은 병원출.. 2016. 12. 6.
동기 하 나 정신없이, 허무하게 또 2학년 2학기가 저물어가고 있다. 3학년을 코앞에 두니 기분이 묘하다. 소중한 사람의 수술, 학점, 장학금, 알바, 건강, 인간관계, 동아리, 외모, 흐트러진 가치관 등등 어느 하나 적당한 스트레스가 아니다. 벅차다. 체력에 한계가 온 시점에서 마주할 수 있는 건... 스스로의 무능력함뿐이란 걸 실감했을 때만큼, 절망적인 건 없는 것 같다. 다시 일어설 힘을 짜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 게으른 탓이다. 대학교 입학 초부터 불안하게 시작되어 며칠 전까지. 내 인내심을 거의 매일같이 시험에 들게 하던, 그러나 일말의 안쓰러움과 정에 이끌려 져버리지 못했던 동기 한 명과의 인연을 끝냈다. 1년 반이 넘는 시간동안 친구였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나와 맞지 않았던 친구였고, 아무.. 2016. 1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