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나더러 자꾸 어른이 되라고 한다, 매순간 맞이하는 일련의 사건들이. 실감한다.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나의 생각과 행동, 표정, 손짓이 너무 어리다는 것을. 머리와 가슴에 쥐가 난다. 너무 저려서, 모든 걸 멈추고 축 쳐져서는 쥐가 풀리기를 기다리는데. 풀린다 싶으면 다시 쥐가 나기를 반복하니 만약, 내가 되어야 하는 어른이 현명하고 항상 옳은 무언가를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이 저릿함을 그나마 덜 느끼거나, 합리화 하고, 이 저릿함에 익숙한 사람이 되는 거라면, 그 ‘어른’이라는 것이, 지금 아픈 내게는 참 가치 없어 보여서……. 멍하니 쥐나 풀리라고, 먼곳을 응시하다 그저 웃는거지 뭐.
2016. 12. 30.
동기 하 나
정신없이, 허무하게 또 2학년 2학기가 저물어가고 있다. 3학년을 코앞에 두니 기분이 묘하다. 소중한 사람의 수술, 학점, 장학금, 알바, 건강, 인간관계, 동아리, 외모, 흐트러진 가치관 등등 어느 하나 적당한 스트레스가 아니다. 벅차다. 체력에 한계가 온 시점에서 마주할 수 있는 건... 스스로의 무능력함뿐이란 걸 실감했을 때만큼, 절망적인 건 없는 것 같다. 다시 일어설 힘을 짜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 게으른 탓이다. 대학교 입학 초부터 불안하게 시작되어 며칠 전까지. 내 인내심을 거의 매일같이 시험에 들게 하던, 그러나 일말의 안쓰러움과 정에 이끌려 져버리지 못했던 동기 한 명과의 인연을 끝냈다. 1년 반이 넘는 시간동안 친구였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나와 맞지 않았던 친구였고, 아무..
2016. 1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