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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숨/문득13

잘 모르겠다. 미워도 밉다하지 못한다. 싫어도 싫다하지 못하다 속으로 절절맨다. 여전히 어리석다. '이 사람 좋은 사람 같아.' 조금 마음 열라치면, 그들은 어김없이 선을 넘으려고 한다. 내 맘과 같은 사람 없다 이해하려 하지만, 역시 어김없이 아프다고 느낀다. 그렇게 믿음을 안은 나를, 그 사람에게 안일한 편안감을 준 나를 원망해야한다. 내가 마음에 들거나 당장 필요할 때 자신의 입맛에 맞춰 자신의 감정을 밀어붙이는 당신들에게... 애써 웃으며 거절하거나 싫다말할 때, 무너지는 감정들을. 이전에는 글이라도 끄적이며 토해내던 아픔들이 이제는 목구멍에 멍울멍울 맺힌다. 그렇게 고이다 다시 속으로 떨어진다. 멍울멍울 맺힐 즈음 밖으로 뱉어내려다 목을 죄는 두려움에 헛소리만 짓껄인다. 뭐랄까. 잘 익어가길 바랬는데, 곯아 .. 2020. 1. 11.
마음의 준비_ <교통사고> 어렸을 적, 내가 살던 동네에 가장 좋은 어린이집은 번지르르한 교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곳이었다. 신앙심과는 별개로 어찌저찌 다니다보니 지인들에 손에 이끌려, 초등학교 1학년 때즈음부터 나는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믿기 어렵겠지만, 참으로 성실하게 한 번도 빠짐없이, 내가 속한 청소년부 예배시간에는 교회를 나갔고, 잘 기억은 안나지만 여러개로 나뉘어진 팀에서 매년 팀 속장을 도맡았다. 전도하고, 친구들을 데려오고, 예배준비하고, 활동들에 참여하면 달란트를 주었는데 달란트 시장이 열리는 날에는 달란트 부 서열 1~2위를 다투었던 기억 ㅋㅋ 귀여웠던 시절이다. 순수했으니까, 뭘 모르고 다닐 수 있었던 거지.ㅎㅎ 무튼, 청소년부 예배는 여러팀으로 구성되어 속장과 담당 선생님이 팀원들을 관리(교회 데려오고, 뭐.. 2019. 11. 24.
끄적끄적_ <당신이 '나'란 사람을 좋아한다면> '나'란 사람, 참 한결같다.아니, 그 반대인가.사랑까진 모르겠다, 굳이 담아보자면 연민에 가까울 감정으로 스스로에게 던져왔던 시선은관심보단 방관이었던 것 같다.흐리멍덩한 눈에 비친 삶이 선명할리 없다.그래서 더 자주 넘어졌고, 적과 아군, 실과 득을 구분하지 못해 피를 봤다.상처를 움켜쥘 때의 통증은 짜증과 무기력감을 유발한다. 점점 스스로를 사랑하는 게 어려워지는 요즘. 떨어져가는 나에 대한, 당신들에 대한 신뢰를 토대로 내려진 결정과 판단들이 뿌린독을 품은 씨앗들이 시간 흘러가는대로 함께 자라서 또 시야를 가릴테지. 그런 의미에서 나이가 든다는 건 참 무섭다.물처럼 빠르게 흐르는 시간임에도,들여다보면 무수히 많은 사건들로 쪼개어지고감정과 생각들이 촘촘히 새겨지며 어느 방향으로든 성장한다.그 와중에 .. 2018. 2. 27.
기다림 2.<어린왕자>中 “네가 시간을 정해 놓고 오는 게 더 좋을 텐데…….” “가령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 질 거야.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만큼 더 행복해 질 거야.” “네가 아무 때나 온다면, 난 몇 시부터 마음치장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을 거란 말이야…….의식이 필요한 거야.” -中 “잠깐 가는 길에 들를게!” “이따가 연락 줄게.” 처럼 자연스럽게 흘리는 말들이 받아들일 이와 말하는 이 간 관계, 상황에 따라 때로는 큰 무게를 갖게 된다. 가만히 넋 놓고 있지야 않겠지. 할 일들을 언제나 쌓여있으니까. 해야 할 어떤 작업들을 조금씩 건드려 보겠지만 신경은 다른데 가있어서 집중을 하지 못한다. 마음이 치장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난 그 사치스러운 시간이 너무 길어지진 않게 시간을 미리 일러주길 바란.. 2017. 8. 4.
기다림 1.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잇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착어: .. 2017. 8. 4.
이상 ‘미쳤나봐. 아무것도 하기 싫어.’ 토익 공부를 시작한 지 딱 2주 마쳐가는 시점에서 이러고 있다. 나름 재밌게 공부하고 있던 요즘이었는데……. 작은 사건 하나로 멘붕. 그저께, 작년 1학기쯤까지나 친하게 지냈던 선배의 연락이 와서 밥이나 한 끼 했었다. 선배는 특유의 부심을 담아 나에게 작은 제안을 했다.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배울 것도 많은 활동이라 반응했다. 나의 고민 중에,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 선배의 한마디로 나의 참여가 확정되다 시피 전달되었기에. 좀 얼결이었지만 적을 것 없는 내 행적 목록에 뭐하나 추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자 싶었다. 불안한 마음,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목소리에 얇디얇은 귀는 팔랑거리다 못해 너덜너덜 해졌다. 다 하기 싫어지고 안한다 하자니 너무 무책임한 것 .. 2017. 6. 17.
이성선 <사랑하는 별 하나>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외로워 쳐다보면 눈 마주쳐 마음 비춰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세상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 가슴에 화안히 안기어 눈물짓듯 웃어주는 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마음 어두운 밤 깊을수록 우러러 쳐다보면 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 길을 비추어주는 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 -이성선 어린 시절, 학교와 동네라는 벗어나기 힘든 작은 틀 안에서의 삶은 항상 시끄러웠다. 가장 믿고 의지했던 인연들에게 자꾸 데이고, 얄궂은 우연들이 겹쳐 만들어진 상황은 좋아하는 일을 쉬이 하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마음이 너덜너덜 해지는 게 뭔지 .. 2017. 4. 19.
욕심, 지금 시계바늘은 새벽 5시를 이미 지나쳤다. 잠이 오지 않는다. 오로지 병원만을 갔다 오기 위해 몸을 실은 고속버스에서 많이 잔 탓일까. 욕심과 강박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습관이 값을 치르기 시작한 요즘, 자꾸 밀려오는 속상함. 내 삶에 스치는 다소 자극적인 향기가 내 곁에 머물 때마다 곧잘 취했던 나는 눈이 멀어, 코 앞 조차 보지 못한 채 무작정 발밑으로 구덩이를 파내려갔다. 앞으로 걸어가다 넘어질까 두려웠고, 지나온 날을 돌아보는 것 자체가 외상 같았다. 고개를 들기 부끄러워 숙인 나는, 내가 태어난 땅만을 미워하면서 그 깊숙이 파고 들었다. 그 아무 성과 없는 삽질은 반복되는 일상 가치없는 행위들에 ‘집착’을 심어주었다. 앞뒤를 마주하지 않으려는 도피가 만들어낸 괴이한 행위. 날이 갈수록 나를 둘.. 2017. 3. 22.
비밀 가슴이 헐어 염증이 난다. 만성이다. 이 예민한 방어적 반응에 어설픈 위로로 긁어대면 상처는 곪아 터질 지경. 아파서 상대를 치고 싶다. 긁지 말라고. 머리 끝 차오른 화에 데여 온 몸의 감각으로 뻗어 내려온 말초신경은 축 쳐져서 누군가의 한 글자, 자그만 까딱임, 가는 숨소리까지 더듬으려 들기에. 그런 이가 내뱉는 이야기들이 듣는 사람이라고 편할 리 없다. 생각이 있는 사람을 앉혀놓고 그저 들어주기만을 바라는 것도 웃길 짓이지. 간절히 누군가의 위로를 듣고 싶은 게 아니라면, 해결이 그저 막막하다면, 입 다물고 있는 게 답인 것 같다. 나도 좋고 너도 좋고. 어찌 보면 정말 별 게 아닌 그래서 더 말 할 수 없는. 오늘도 이렇게 하나 배운다. 2017. 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