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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숨/문득

욕심,

by 휴 우 2017. 3. 22.

지금 시계바늘은 새벽 5시를 이미 지나쳤다. 잠이 오지 않는다.

오로지 병원만을 갔다 오기 위해 몸을 실은 고속버스에서 많이 잔 탓일까.

 

욕심과 강박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습관이 값을 치르기 시작한 요즘,

자꾸 밀려오는 속상함.

 

 

내 삶에 스치는 다소 자극적인 향기가 내 곁에 머물 때마다 곧잘 취했던 나는

눈이 멀어,

코 앞 조차 보지 못한 채 무작정 발밑으로 구덩이를 파내려갔다.

 

앞으로 걸어가다 넘어질까 두려웠고, 지나온 날을 돌아보는 것 자체가 외상 같았다.

고개를 들기 부끄러워 숙인 나는,

내가 태어난 땅만을 미워하면서 그 깊숙이 파고 들었다.

 

그 아무 성과 없는 삽질은 반복되는 일상 가치없는 행위들에 집착을 심어주었다.

앞뒤를 마주하지 않으려는 도피가 만들어낸 괴이한 행위.

 

날이 갈수록 나를 둘러싼 공기는 어둡고 차가워졌고

이 쾌쾌한 바닥 말고 내가 볼 수 있는 것 오직 두려운 하늘이었다.

 

날 취하게 했던 향기가 어떤 자극을 주었었던건지 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밑바닥이란 이런거구나.

 

도망치려던 게 뭐였는지. 이 어둠보다 무서운 거였을까.

 

내 헛질에 패인 땅의 심장은 축축했고,

이제야 고개를 든 나의 볼에는 자꾸만 빗물이 떨어졌다.

 

내 발 아래까지 뻗어 내려온 굴의 깊이는 가늠하기 힘들었다.

이렇게 눈부신 날에도.

 

  

이따 카페 오픈 알바와 차량 요금 정산소 알바가 연달아 있는데,

 밤을 새버렸네. 피곤하다고 징징댈 핑계거리를 찾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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