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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숨/나들이

내 인생의 첫 부산여행_1<광안리 & 서면>

by 휴 우 2017. 10. 20.
2017.09.23. 토요일.

AM 9:10 부산으로 향하는 고속버스에 급히 올라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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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먹한 가슴이라
마주하는 모든 사람들과 상황들은 여과 없이 고인채로 적셔지고 절여졌다.

퉁퉁하게 차오르는 몸피와 다르게 여위어 가는 마음은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사람들과의 만남의 자리에서 웃고 즐기고 있을 때에도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막연하게 어디라도 좋으니까
뭘 해도 좋으니까
‘도망가고 싶다... 도망가고 싶다... 도망가고 싶다.’

‘전주 나들이’ 포스팅에 출현한 그녀.
부산대에 다니며 자취 중인 중학교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중학교 2학년 2학기 때 완주로 전학을 가고
많이 힘들었던 내가 집에 돌아와 방문을 닫고
한동안 절박하게 상기했던 금산에서의 중학교 친구들에 대한 기억.

이제는 세월이란 빛바랜 색감이 채색되어 희미하고 아련해진 추억.
대학생이 된 나는 또 다른 느낌으로 그 시절을 찾는다.

재학생인 그녀의 일정에 맞춰 주말로 날을 잡고 설레는 마음으로 오늘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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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12:20 부산 종합버스터미널 도착!
마중 나와 준 친구와 반가움의 포옹을.
곧바로 동시에 “회 먹으러 가자!” ㅋㅋ
 
처음 와보는 부산이지만
듬직한 친구의 리드에 따라 지하철을 타고 버스로 환승해 뙇뙇!
근데 버스 내리고서 헤맸다.ㅋㅋ
이 친구 부산대 밖으로 잘 안 나도신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린 길치니까요.
 
1시간 반가량 뒤 광안리 민락수변공원 근처 도착!

오늘 날씨가 살짝 흐릿해서 덥지도 쌀쌀하지도 않아 좋았다.

이런 날은 역시 야외에서 바다를 보면서!
바로 뜬 회 한 점 촵촵이지~★

바로 앞에 있는 활어 마트로 들어간다.

바다 특유의 비릿한 짠내, 청량한 바람이 닿는 곳만이 자아 낼 수 있는 생기가 참 좋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상회 사장님들이 시크하게 호객행위를 하신다.

걍 별다른 이유는 없고 끌려서 재희상회를 선택.
가을이 한창 철인 광어 반, 전어 반으로 3만원에 해주셨다.

바로 옆에 있는 세븐일레븐에서 마실거리 사면 준비 완료!

날이 좋아서 그런지 사람이 많았다.

돗자리난 신문지 같은 걸 준비해왔어야 했는데 아차 싶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노상 까는 그런 낭만이 있었는뎅.
아쉬운 대로 한 발짝 뒤에 비치된 벤치에 앉아 먹었다.

너무도 좋은 사람과 화창한 날씨에 탁 트인 해변 앞에서 먹는 회 맛은 역시 말이 필요 없다.

둘이 오붓하게 종이컵을 부딪치며 만족감에 젖은 표정으로 우리만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꺄핳~♥

양이 생각보다 많아서 다 먹는데 오래 걸렸다.

그리고 바다보며 걷기.
증말~ 넘나 좋은 것.
매일 이런 바다 보면서 살고 싶다.

이제 예쁜 카페를 갈 차례다!
서면으로 가자는 친구의 제안에 무조건 ‘좋아!’

후아..
근데 부산은 대중교통이 진짜 잘 되어있긴 한데
어딜 가도 이동 시간 너무 오래 걸려…….

서면 거리를 좀 걷다가 인테리어가 취향 저격인 카페 발견!

‘빈티지 38’에 들어갔다.
3층까지 있었던 큰 카페.

다양한 베이커리와 음료 종류들.

블루베리 타르트와 무슨 초코빵.

나는 스위트 밀크라떼 2단계 사이즈 업하고
친구는 헐크라떼 시켰던 것 같다.

카페는 정말 예쁘다.
음료와 베이커리 맛은 딱 쏘쏘.

음료에 헐크다 스위트다 이름 붙이고 메뉴판에 그림 그리는 정성에 비해
테이크아웃 용기에 담겨져 나오는 음료의 비주얼은 솔직히 실망.

하지만 가게가 예쁘니까.
...사람이 정말 많다.ㅎ
답답해서 걍 음료와 디저트를 비우고 바로 나왔다.
사람 좀 적을 때 오면 또 평이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벌써 해가 저물어 간다.
서면 거리 구경.
항상 시선 강탈당하는 꽃집,

옷가게

정도나 안에 들여다보고

뚜레쥬르 건물이 크네.

나도 모르게 들어가 호두피칸파이, 블루베리 레몬케이크를 저녁의 안주라고 우기며 집어 들었다.
착한 친구는 소시지 빵을 추가하는 것으로 허락해 주었다. 헤헤.

다시 광안리 야경 보러 이동하기 위해 지하철 타러 가는 길,
대학생들이 토론 콘서트를 하고 있었다.
‘우리의 대학생활이 20년 뒤 후대에겐 어떻게 인식될까.’라는 주제였다. ㅋ
 
결과적으로 오늘의 행로가 ‘광안리-서면-광안리-부산대 자취방’인지라 비효율성의 스멜이 스물스물 난다.

하지만 광안리 해변에 도착하자마자 아쉬움에 투닥거리던 마음이 바로 사라졌다.

바람 한 점 불지 않았고 적당히 선선한 기온의 날씨는 가히 완벽했다.

너무 갑갑하지도 적적하지도 않을 정도의 인파의 자잘한 소음, 저마다의 개성으로 낭만을 퍼나르는 버스킹들, 해변을 때리는 파도소리의 조화가 마약 같았다.

근처 편의점에서 4캔에 만 원인 수입맥주를 홀짝이며

이렇게 내 인생의 첫 부산여행. 그 첫 날 밤의 한 허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