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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숨/나들이

서울 도산공원 근처에서_ <‘이에나 파이’ & 카페 'UNAS'>

by 휴 우 2017. 10. 7.
나의 다이어리에서 9월 셋째 주 주말 란에는 ‘1박2일의 부산 여행’이 적혀있었다.
머리털 나고 첨 가보는 부산이라며, 신나서 약 올리듯 재학생들에게 자랑하고 다녔다.

‘당일치기! 전주나들이’ 포스팅에 등장했던 친구 중 한 명이 부산대 공대녀라 그 근처에서 자취를 하기에, 숙소는 네 집^^!
친구와 신나게 구경하고 놀 곳도, 먹을 것도 정해뒀는데…….

ㅋ.
딱 그 토·일요일 이틀만 태풍 영향으로 부산에 비바람 예정.
매사에 무엇이든 자랑은 삼가야한다는 어무니의 말씀이 정수리 언저리에 위잉 맴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의 마린시티 사진을 보았다.
음..부산여행은...
우린 거의 실내보단 실외로 나돌 예정이었기에
일주일 연기.

다음 주말에 잡혀있던 서울에서의 병원 예약을 당겨 이번 일요일로..ㅠㅠ
재미나게 즐길 줄 알았던 주말에 혼자 병원이나 가야하다니..

병원비, 서울 왕복비만 해도 너무 부담이라 돈쓰는 것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 &
병원과 버스터미널과 서울에서 혼자 놀 곳 간의 거리, 그리고 시간을 같이 계산하자면 괜히 머리 복잡.

So,
몇 개월간 ‘3시간 버스타고 서울, 병원→다시 버스타고 전주.’ 
비오는 날의 천장에 핀 곰팡이 마냥 눅눅하고 우울하기 짝이 없는 루트를 반복해왔었다. 

병원 진료도 거의 10분 만에 끝나 '버스고문'이 따로 없었기에
‘오늘은 나를 위로해 줘야해!!!’하고 병원과 그나마 가까운 둔산 공원 주위로 카페를 찾아본다.

네이버 길 찾기로 카페를 찾아 헤매는 길에 발견한 ‘이에나 파이’!

파이~!?! 홀리듯 매장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나란 여자.

 그리고 깨달았지. 아, 옳은 선택이었어. 꺄핳.

내가 좋아하는 견과류가 듬뿍 올려진 타르트와 파이들, 그 외 디저트들이 너무도 고고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었기에 염모의 마음을 감추지 못한 나의 눈 모양새가 바로 손톱달의 되어버린다.

이따가 디저트 카페에 가야하니까 신중에 신중을 기해
가게 이름과 같은 ‘이에나 파이’를  ‘요놈이 대표렷다!’ 하고 하나 집어 들고 나온다.

너는 이따 집 가는 길에 배고파지면 먹을 거야.

집 오는 길에 뜯어먹은 평을 말하자면
많이 달지 않고 딱 비주얼스러운 맛. 괜찮았다. 다음엔 타르트로 사 먹어봐야겠다.

이후 한달에 한번씩 서울갈 때마다 사먹어봤지만 별 감흥은.


건물 뒤편에서 한참 술렁술렁.
바보처럼 한참을 헤매다 겨우 찾아낸 오늘의 메인 코스 카페 ‘UNAS’.

대로변 바로 옆, 낭창하고 시원스럽게 뻗은 건물에 둘러싸인 파릇한 잔디와 돌바닥의 공간이 다소 인상적이다.

건물들 한 편에 기대어져 있는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가면 바로 ‘UNAS’!
좌측의 야외테라스 & 우측 실내가 드러난다.

운영시간: 월요일 휴무, 12:00 ~ 21:30
 

베이킹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어서인지 실내 입구와 가장 가까운 쪽에 요런 널찍 길다란 테이블이 놓여있다.

테라스가 보이는 유리 벽면과 화이트 톤의 깔끔한 인테리어, 따스한 오렌지 빛의 조명, 클래식 음악의 조화가 꽤 괜찮았다.
책을 읽고 공부하기 보단 대화하거나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공간인 것 같다.

진열대에 고고하게 놓인 디저트들이 참으로 아름답다.

라즈베리 피스타치오 까늘레, 피칸 카늘레, 아모르 이스파한을 먹어보고 싶었었는데 다 품절...ㄸㄹㄹ

테이블 마다 놓인 메뉴판.

이 가게만의 메뉴들이기에 맛과 구성을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디저트에 대한 설명이 되어있어 인상적이었다.

단면의 그림과 구성 재료, 향과 식감에 대한 디테일한 표현에서 배려가 돋보였고 메뉴판이라는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까지 시각적인 흥미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음료 종류는 홍차와 허브티가 다채롭게 있었다.
내가 자주 가는 카페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부분이 많다.

직원분이 이렇게 직접 가져다주시는 서비스. 호오...! 굉장히 친절하심.


오늘의 나의 메뉴는
유자 포레스트, 헤이즐넛 까늘레, 밀크티.

밀크티 (6,500)
차를 잘 알지는 못해 어떤 종류인지는 모르겠지만 꽃내음이 향긋하게 올라오는 것이 독특했고 마음에 쏙 들었다. 달달한 디저트를 주문했으니 라떼 시킬 걸 그랬다는 후회가 살짝 들었지만 만족.

유자 포레스트 (8,000).

유기농 유자즙으로 만들었다는 무거운 식감의 무스,
중간층의 짭짤하고 바삭한 크럼블과 상큼한 크렌베리 (이것이 킬링파트),
맨 아래층의 화이트 초콜릿과 아몬드 파운드케이크.

맛난 디저트를 먹을 때 가장 행복한 것 같다.
입술과 눈꺼풀을 앙 다물고 속으로 소리 질렀다. 꺄~

헤이즐넛 까눌레 (3,500)

까눌레를 첨 먹어본다.
겉은 바삭하다고 해야 하나 조금 단단하고 톡 부러지는 식감에
속은 부드러움에 쫀득함이 곁들여진 느낌.
위에 올려진 헤이즐넛과 그를 감싸는 카라멜이 보기 좋고 맛도 좋구.
기대 이상의 맛.

까늘레 가격 참고.

혼자 놀 때 셀카가 빠질 수 없지. 케케


여유롭게 책도 읽다, 테라스 쪽을 내다 보다 하며

한 숨, 내려놓아본다.

서울까지 혼자 버스를 타고 병원을 가는 날은 가슴 한 켠이 퍽퍽하기 그지없는데,
새로운 카페를 찾아가는 즐거움으로 종종 숨구멍을 트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