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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숨/문득

이상

by 휴 우 2017. 6. 17.
‘미쳤나봐. 아무것도 하기 싫어.’
토익 공부를 시작한 지
딱 2주 마쳐가는 시점에서 이러고 있다.

나름 재밌게 공부하고 있던 요즘이었는데…….
작은 사건 하나로 멘붕.

그저께, 작년 1학기쯤까지나 친하게 지냈던 선배의 연락이 와서
밥이나 한 끼 했었다.

선배는 특유의 부심을 담아 나에게 작은 제안을 했다.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배울 것도 많은 활동이라 반응했다.
나의 고민 중에,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 선배의 한마디로
나의 참여가 확정되다 시피 전달되었기에.
좀 얼결이었지만
적을 것 없는 내 행적 목록에 뭐하나 추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자 싶었다.

불안한 마음,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목소리에
얇디얇은 귀는 팔랑거리다 못해 너덜너덜 해졌다.

다 하기 싫어지고
안한다 하자니 너무 무책임한 것 같고.

햄릿증후군은 악변질되어 재발해
차량정산소 안, 좁은 공간에 갇힌 답답함으로 알바를 하는데
혼자 미~춰!버리고 있었다.


새벽 1시 반, 차량알바 마칠 때까지 뭘한거야.

그제부터 어제 밤까지 돌고 돌았던 고민들은
모든 의욕을 갉아먹었다.
신경이 끊어진 것 마냥
몸과 마음이 말을 듣질 않는다.
이상하다.

‘TO-DO LIST’를 굵직굵직 작성하고,
취한 듯 즐거운 마음으로 1년 휴학계를 냈다.
기말고사와 과제로 허덕이는 재학생 친구들을 보니
벌써 휴학의 반절이 지났구나.

살이 많이 쪄서 그런가.
일년에 땀 2번이나 흘릴까 말까였는데
 가만히 누워
휴학생활을 돌이켜보는것만으로도
식은땀이 난다.

나를 위한 휴식을 목적으로 결심한 휴학이었지만,
학년도 찼고
이렇다할 스펙도 없고
진로도 못정한 상태라
초조하기만 하다.
'뭐라도 해야하나'란 생각에
초조하니 판단력도 흐려지구
선택과 기회비용 사이에서 고민하다
그냥 내려놓는다

일상은
이상도, 목적도, 휴식도 없는
무의미한 시간들로 채워져간다.
휴학하고 지금까지 뭘한거야.

몇달전의 이상은 어디가고 무기력 남아있음.

여전히 착실하고 야무지게 살고 있는
지인들을 보니 참 초라해진다.

그 야무진 사람들 중 1人으로
남친 김 모 군과
자친 김 모 양,
절친 이 모양은
생각 없이 흐물흐물한 나 때문에
고생이 많다.

이상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고
고통을 주다니...
어머 나 싸이코패스?

“나는 불현듯이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릿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의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어디 한번 이렇게 외쳐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이상,⌜날개⌟中

아, 나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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