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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숨/문득

기다림 2.<어린왕자>中

by 휴 우 2017. 8. 4.

 “네가 시간을 정해 놓고 오는 게 더 좋을 텐데…….”

“가령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 질 거야.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만큼 더 행복해 질 거야.”

“네가 아무 때나 온다면, 난 몇 시부터 마음치장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을 거란 말이야…….의식이 필요한 거야.”

-<어린왕자>中

“잠깐 가는 길에 들를게!”
“이따가 연락 줄게.” 처럼
자연스럽게 흘리는 말들이
받아들일 이와 말하는 이 간 관계, 상황에 따라 때로는 큰 무게를 갖게 된다.
  
가만히 넋 놓고 있지야 않겠지.
할 일들을 언제나 쌓여있으니까.
해야 할 어떤 작업들을 조금씩 건드려 보겠지만 신경은 다른데 가있어서 집중을 하지 못한다.
마음이 치장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난 그 사치스러운 시간이 너무 길어지진 않게 시간을 미리 일러주길 바란다.
너무 자주 갑작스러워도 예의가 아니다.

아주 잠깐,
얼굴을 볼 거 래두
내 방에 물건 하나 두고 간대도
먼저 알려줬으면 한다고
가까운 사람들에겐 종종 말한다.

소중한 사람일수록 만나기 전
마음의 치장이 필요하다.

잠깐이더라도 소중한 만남을 망치지 않도록
미리 일러, 준비할 틈을 주는 것.
그런 최소한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하루를 다른 날과 다르게 만들고, 어느 한 시간을 다른 시간들과 다르게 만드는 것”

그런 게 기다림이라는 여우의 말을 되짚어보면
기다림은 정적인 행위 같지만 꽤나 적극적이고 동적인 감정을 감추고 있다.
앞선 글 황지우의 시에서 생략한 착어에 ‘기다림은 삶을 녹슬게 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수많은 기다림 중 기대와 희망보다 걱정과 초조함이 묵직하게 눌러 앉은 기다림인 거라고 생각하고 싶다.
나와 상대방의 만남이 정해진 순간부터  ‘기다림’, ‘마음을 치장하는 순간들’은 설렘이 자리 잡길 바란다.
숨 가쁜 일상 업무의 휴식이 되고,
인생의 여정에서 삐걱대기 시작한 걸음에 기름칠을 하는
그런 시간이 되길 바란다.

기실 기다림이 성립되기 위해선 서로에 대한 믿음뿐만 아니라
때론 상대의 설렘을 유지시켜줄  스스로의 적절한 변화, 매력도 필요한 듯하다.
절대 쉬운 게 아니다.

세상에 쉬운 건 없다.
모든 것엔 노력과 재능이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