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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숨/문득13

나더러 자꾸 어른이 되라고 한다, 매순간 맞이하는 일련의 사건들이. 실감한다.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나의 생각과 행동, 표정, 손짓이 너무 어리다는 것을. 머리와 가슴에 쥐가 난다. 너무 저려서, 모든 걸 멈추고 축 쳐져서는 쥐가 풀리기를 기다리는데. 풀린다 싶으면 다시 쥐가 나기를 반복하니 만약, 내가 되어야 하는 어른이 현명하고 항상 옳은 무언가를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이 저릿함을 그나마 덜 느끼거나, 합리화 하고, 이 저릿함에 익숙한 사람이 되는 거라면, 그 ‘어른’이라는 것이, 지금 아픈 내게는 참 가치 없어 보여서……. 멍하니 쥐나 풀리라고, 먼곳을 응시하다 그저 웃는거지 뭐. 2016. 12. 30.
의미 부여 ​ 기말고사 시험을 일주일도 채 남기지 않은 어느 수요일이었다. 친구들과 도서관을 향하는데 요아이가 대뜸 내 손아귀에 떨어졌다. 떨어지는 낙엽을 잡으면 첫사랑이 이뤄진다 했던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단풍 낙엽은 아니지만, 발표·과제·시험의 찌든 압박에 축쳐져 있던 신경이 조마조마 설레온다.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많은 사람들, 그 중 특정한 한 사람만이 나의 마음에 가득히 머무른다는 것. 그부터 기적인 것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그 움직였던 마음을 내게 붙잡아 놓는 것만큼 까다로운 일도 없지. 씁쓸한 얼마 전의 여러 이별과 막막한 얼마 후의 평가로 초점 잃은 내 시야를 무시한 채 사뿐히 내 손에 내려앉은 작은 위로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그 위로를 움켜쥐며, 괜히, 뜬금없는 희.. 2016. 12. 25.
뒤로걷기 힘들구먼... 아무도 관심 없는데. 열심히 사는 척 일이 많아 바쁜 척 뭔가 시도라도 해보려는 척 네가 내 앞에서만 싸늘한 표정을 지어도 괜찮은 척 힘든 척 아픈 척 착한 척 누군가의 관심이라도 받고 싶은 건지 그냥 징징거리고 싶은 건지 게으른 내 모습이 창피해 감추려 그러는 걸까 무능력하게 내놓은 성과물들에 대한 핑계거리를 찾는 건 뭔데. 뒤로 걷기 시작한지 4년 되어가나. 눈앞의 길을 놔두고 . 보이지도 않고 불안하기만 한 여정을 멈추지 못한채 작은 희망 한 자락도 너무 커 보이는 기회비용에 엄두를 못내는 지금이 너무 막막하고 한심하고 속상하고. 여름방학 땐 정말 제대로 쉬고 사람 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는데 날 보고 상처 주는 소중한 사람들을 보고 문득 떠오르는 이전의 멀어진 인연들을 보다가 퍼렇게 .. 2016. 9. 25.
블로그 시작 가을이 확실히 다가오고 있긴 한가보다. 전날 비가 종일 보슬보슬 오더니 알바를 끝내고 나온 11시 즈음엔 비는 그치고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비온직후라 그런가 했는데 오늘 아침 쓰레기를 버리려 집 앞에 나오는데 전날까지 느낄 수 없었던 차가운 이슬의 냄새와 산들 싸늘한 바람이 낯설게 귓불을 스쳤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더위, 추위에 날이 서는 온몸의 감각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떨어지는 낙엽과 함께 저 밑에 묻어두었던 지난날의 추억을 상기하기 좋은 계절. 불쾌함과 짜증이 걷힌 눈으로 눈앞의 풍경을 지켜보기 좋은 계절.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픈 계절. ‘이런 멍청이, 바보, 등신...’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지키지 않을 다짐을 하고, 무례한 태도를 취하며 누군가에.. 2016. 8.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