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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음식과 추억

돌아온 일상 그리고 액땜_ <*스터켄터키 & 한파>

by 휴 우 2018. 2. 15.

혼자서 떠난 코타키나발루 자유여행은 너무나도 행복했다.

어쩐지 한국에 오기가 그렇게 싫더라니.

117일 입국하고부터 로그인 샷을 거하게 말아 마신 느낌?! 신고식을 호되게 치렀다.

 

2018.01.17.

아침 8시 입국하고 11시 반 인천공항에서 전주로 오는 시외버스에 몸을 실었다.

길 찾기에서는 전주에서 인천공항까지 버스타고 2시간 45분에서 3시간 정도 걸린다고 나와 있지만, 난 이번에 오고 갈 때 3시간 반 씩 걸렸었다. 원래 그런 건가요.

그렇게 오후 3시가 거의 다 되어 전주에 도착했다.

그래도 딱 폭설 내리기 시작했을 때 여행가서 날 좀 풀렸을 때 돌아왔기에 산뜻한 기분이 갑절이 된다.

짐 풀어 대충 정리하고 씻고 나갈 채비를 한 뒤, 바로 차량정산소 알바를 간다.

PM 6 12까지 박물관 쪽 정산소에서 마감알바를 하니 AM 1 가 다 되어간다.

이슬람권인 말레이시아에서 한국 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게 매콤한 음식 먹기 & 맥주마시기였다. 마침 카톡 하던 친한 오빠가 가능하다해서 바로 행동으로 옮깁니다.

 

전북대 구정문에 위치한 ‘*스터 켄터키

음식 한 번 꽂히면 그것만 질릴 때까지 먹는 스타일.

12월 즈음부터 이곳의 오징어 튀김 & 닭똥집 튀김에 꽂혀서(참 잘 튀겨. 여러모로.) 매번 다른 일행들 데리고 몇 번이나 갔었는지 모른다. 치킨은 별로다.

 


이런 자리에서 빠질 수 없는 생맥이 저렴하고 오전 4시까지 영업을 하니...!

튀김류와 생맥을 정말 좋아하는, 하루 일정이 항상 늦게 끝나 야식을 찾는 나에게

이곳은 식사 겸 술 한잔하러 가볍게 가기 좋은 데일리 술집.

 


나의 여행이야기와 오빠의 근황을 주거니 받거니.

내 삶의 터전으로 무사히 돌아왔다는 안도감 그리고 편안함.

고작 68일간 떠나있었을 뿐인데

그렇게 질리고 갑갑했던 나의 자리가 신선하고 달가웠다. 여행의 또 다른 장점이겠지.

 



AM 3 즈음까지 웃고 떠들며 만족스럽게 음식을 먹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즐거움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씻고 다시 외출준비.

 

AM 5:30 도서관 정산소 오픈 알바 하러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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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7시가 좀 지나자 갑자기 위가 뒤틀리는 느낌. 그러다 아랫배까지 아파오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열도 오르고 식은땀이 났다.

 

정산소 알바는 화장실에 갈 때

정문 정산소에 전화로 보고를 하고,

근무자 자리 비움 정산모드로 돌려놓은 뒤

입출차 개폐기를 개방하고 가야한다.

 

근무시간에 화장실 자주 가지 말라는 공지가 내려진 이후, 4시간 정도만 근무할 땐 웬만하면 화장실을 안 간다. 눈치 보여서.

 

눈치고 뭐고 다급하게 정문 번호를 눌러 보고하고 화장실에 가는데

배가 너무 아파서 걷는 것도 힘들다.

화장실에 가자마자 바로 먹었던 것들을 모두 게워내기 시작하는데 먹은 지 몇 시간이 지났던지라 위산이 많이 섞여 목젖이 갈리는 느낌.

구토와 헛구역질을 반복하다 아주 조금은 나아진 느낌이 들자

정산소를 오래 비운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서늘하게 밀려와 찬물에 입을 헹구고 조급하게 걸음을 옮긴다.

 

도서관 정산소는 9시는 넘어야 (내 기준으로 견딜 만큼) 공기가 데워진다.

몸을 공처럼 웅크리고 호흡을 아낀다.

방학 중 오픈 시간대는 특히 도서관 쪽은 차량이 별로 안다녀서 다행이다.

AM 10, 우선 오픈 알바는 끝.

 

집이 이렇게 멀게 느껴질 줄이야. , 눈물.

 

사실 처음엔 미켄에서 먹은 음식 때문일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미켄에서 먹었던 게 한두 번도 아닐뿐더러

 

나의 위장으로 말할 것 같으면

빈속에 유통기한 한 달 지난지도 모르고 들이켜진 바나나 우유도,

밤새고 하루 종일 공복인 저질 컨디션에서 다른 음식물을 제치고 선두로 달려 들어온 소주나 소맥들도(물론 빨리 취하겠죠.)

배부르다이상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튼튼 위장님이시다.

 

고로 이것은 필히 말레이시아 여행 도중 기생충에 감염된 것일 게다.’ 라고 생각하고

기생충 약을 섭취.

구토, 설사를 하다 탈진하다시피 1시간은 잔 듯. (그러고 보니 약을 도로 뱉어낸 거구나.)

...죽겠다.

 

PM 3, 다시 동문에서 한 시간 정도 알바를 하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근처 속편한 내과로 갔다.

주변에서 잘한다고 해서 갔는데... 사람 많아 대기시간 1시간 넘고,

진찰 대충. 증상을 말하니까.. 증상이 많다고 저 때문에 머리가 다 아프시데요.

열나고 식은 땀 난다는데 배 아프면 다 그런 거라고 온도도 안 재보시고.

위경련 & 장염 정도라 하고 5분 만에 진찰 끝.

이 때 나도 링거라도 맞으면서 누워 쉬었다면 조금이라도 빨리 낫지 않았을까.

정말... 힘들었는데.

 

그땐 그냥 그런 건가보다 했다.

바로 약 먹고 집에서 잠깐 쉬다가 다시 동문 마감 알바 하러 가는데

아직 머리는 뜨겁고, 약이 독한지 정신 차리기 힘들 정도로 졸렸다.

그날 마감알바의 기억이 없다.

 

집에 돌아와 1시간 쯤 잤나.

대직자를 못 구해 다시 오픈 알바를 가는데

본부 사무실에서 어제 밤 알바 중 내가 사고 쳤다고 전화 옴.

실 수익금 40000but, 내가 받은 수익금 400...???? ‘00’ 어디간거죠. …….

 

선생님은 나무라기보다 내 몸 상태를 더 걱정해주셨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죄송하고 감사하다.

 

그 때 즈음... 나와 같은 증상으로 새벽 내내 죽겠구나싶게 아팠었다는 오빠의 연락.

이거 미켄 때문이었구나.

오라버니는 증상이 서서히 나서 나보다 하루 늦게 병가 내고 어머님과 다른 병원에 갔는데

비교적 대기 없이 진료 받았고, 병원에서 링거도 놓아줬다고 한다.

그 후에 본가로 가서 쉰다고 했다.

 

내가 괜히 같이 먹자고 해서... 고생시키는 것 같아 너무 미안했다.

내가 뭘 어찌 해줄 수 없는데

그래도 치료 잘 받고 본가에서 보살핌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다행이었다.

 

난 또 대직 못 구해서 약 먹고 조금 자다 다시 알바를 갔다.

그 때 쯤엔 별다른 걸 안 먹고 약만 먹으면 구토, 설사하는 건 없어서 알바 할 만 했다.

 

창 밖 날씨는 좋은데

알바 아니면 집에만 있었다.

 

쉬지를 못하니 잘 낫지도 않아요. 일주일 넘게 고생함.

 

2의 피해자는 나오면 안 되니까 사장님께 말씀은 드리는 게 맞는 것 같다 싶어

미켄에 찾아갔는데 사장님이 안 계셔서 전화로 연결됨.

말씀인 즉은,

손님(나와 오빠)들이 먹은 메뉴는 우리가게에서 가장 잘 나가는 메뉴다. 따라서 재료가 신선하다. 문제없었을 거다.

배가 아팠다면 그건 염지와 튀김 파우더가 매운 것이라 그랬을 거다. 본인도 빈속에 본인 가게 음식 먹으면 속이 매워 배가 좀 아프다. 빈속에 먹으면 안 된다. 그래서 임산부와 어린애들 먹일 거라며 배달 주문 오면 양심적으로 안 판다. (난 빈속이었지만 오빠는 빈속 아니었음.)

 

다른 가게 사장님들이라면 자기 가게에서 먹고 아팠다는 증거 있냐며 따지겠지만 본인은 그렇게 장사하지 않는다. 그날 먹은 음식 값과 치료비를 배상해주겠다. 우리 매장에서 먹고 그랬다고 하니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미안하다말하는 게 아니라 계속 그렇게 말하는 게 맞는 것 같다라고만.) 하지만 정말 우리가게는 재고가 쌓이는 거 없이 바로 팔린다. 이런 경우는 손님들이 처음이다.

 

아니 보통 치킨이나 튀김을 밥 먹고 배 채운 뒤 먹으러 오나요.

말투가 공격적이어서 제대로 사과 받은 느낌도 아니고 되려 혼난 느낌이었다.

 

뭐 사장님 입장에서도 이런 일 있으면 곤란하고 기분이 좋진 않겠지.

우리도 아프고 지쳐있던지라 이런 데에 감정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 제대로 된 사과 못 받았으니 그냥 주는 돈이나 받고 끝내자.

 

다음날 문자로 치료비 영수증 (난 단순 진찰밖에 안 받아서 얼마 안 나옴. 둘이 합쳐 3만 천원인가.) 찍어 보냈고, 미켄에서 계산한 음식 값이 3만 얼마였다.

다 합쳐서 6만 얼마다.

 

근데 읽씹. 일주일인가 지나서 내가 전화하니 사장님이 낮에 택배 일을 하느라 바빠서 정신없으셨단다. 이런저런 당신의 힘든 정황을 설명하시기에 알았다 했고

 

그날 밤 3만원 입금.

 

치료비도 안 되고 음식 값도 안 되는 알 수 없는 계산.

 

다음 날 다시 전화하고.

바쁘셔서 계산 실수 하셨다고.

그리고 또 부차적인 하소연을 하신다. 우리 때문에 괜히 직원들 혼내서 분위기 안 좋아졌다고는 말을 덧붙이면서.

 

그렇게 일주일인가 지났나.

16500원인가 입금됨.

 

우리가 돈 달라고 간 것도 아니었고

처음 갔을 때도 다음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하셨으면 해서 찾아왔다.’라고 했었다.

사장님이 먼저 돈 주겠다고 하신 거잖아요....

오빠가 우리 입장 정리해서 문자로 보냈고,

사장님이 오빠 일하는 데로 찾아오셨다고 한다.

첨에는 존댓말 쓰시더니 오빠가 본인보다 어려 보여서인지 나중에는 담배물고 반말하셨다고 한다.

3만원을 주시며, ‘얼굴이나 보러왔다고 하셨단다.

 

그렇게 아픈지 3주가량 지나 몸도 마음도 상했던 사건이 일단락되었다.

 

근래 들어 참 좋아라 했던 가게라서 더 속상했다. 이제 갈일은 없을 것 같다.

사장님이 무서워서 글 올리는 것도 망설였지만,

여긴 내 일상을 적는 공간이고

피해자가 가해자 눈치 보는 것도 웃기고

줄였으면 줄였지 부풀린 것도 없는 이야기.

 

난 건강보다 맛의 쾌락을 추구하는 사람인지라 아마 사장님이 처우만 적당히 해주셨어도 또 갔을지도 모른다.

... 재료 신선도에 대한 사장님의 자부심도 보였고.

다른 건 몰라도 두 메뉴는 내 입에 맛있었다.

아프고 나니 살 빠진 건 좋았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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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로 찾아온 역대급 한파.

몸이 완전히 낫지 않은 상태라 면역력이 떨어진 건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버스타고 돌아다니다 독감까지 제대로 걸림.

며칠 전까지 정말 고생했다.

 

한 달 넘게 꽤나 정신없이 아팠고,

나름 덤덤하게 이겨내 보려고 노력했다.

 

지금까지도 좀처럼 컨디션이 회복되질 않는다.

그 와중에 집에 혼자 있으면 우울해져 무거운 몸을 끌고 어디라도 나간다.

자꾸 쌓이는 일들을 시작하기도 전에 지쳤다.

 

신정과 구정사이에 제대로 액땜 했다